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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by 또떠나 leavAgain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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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저자 | 알랭 드 보통
출판사 | 청미래


우리가 서로에게 지독한 비난을 퍼부었다는 점, 그럼에도 사실 그 비난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는 점은
우리가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싸웠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 정도로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싸운 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이것은 나는 이런 식으로 너를 사랑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싫다는 근본적인 주장과 통한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의 '클로이'라는 여자를 만나게되면서 시작된다.
사랑은 언제나 그렇듯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훅- 하고 우리안에 들어오고
마찬가지로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에 확- 하고 사라져버린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사랑을 이야기한다
우연히 만나서, 깊게 사랑에 빠지고, 누구 보다 죽일 듯 서로를 미워하다가, 헤어지고 또 후회하는
누구나 하는 그런 사랑

주인공은 처음 운명같이 마주친 클로이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그녀가 어떤 것에 흥미를 갖는지, 사소한 버릇은 무엇인지 모두 알고싶어 한다
클로이는 주인공을 애태우다가 훅- 하고 한 순간에 주인공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둘은 서로를 궁금해하고 알아가며 행복을 느낀다
안 맞는 부분도 분명히 많았지만 이쯤이야!하며 서로를 알아가는데 충실한다
순식간에 가족보다 가까워지고 애틋해진 둘은
이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둘만의 끈으로 연결된 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속으로만, 그 후에는 입밖으로, 나중에는 물건을 던지며

작가는 사랑의 흐름을 마치 독자들이 연애를 하고있는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단계로 그려냈는데
주인공과 클로이가 싸우기 시작하는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느꼈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왜 싸울까?
- 내 틀에 상대방을 맞추기 위해서
- 상대방의 가치관이 틀렸다고 생각해서 고쳐주려고
- 배우자가 되려면 갖추어야 할 덕목들이 있어서
- 나를 사랑한다면 적어도 이렇게 해야하기 때문에

작가는 여기에서 말한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주인공과 클로이는 견딜 수 없을 만큼이나 서로를 원하고 사랑한다
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자꾸 일을 만든다
싸우고, 시비걸고, 자신의 가치관과 논리를 펼쳐놓는다

나는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을때
반대로 생각해보는 버릇이 있는데, 이건 고등학생때 같이 다녔던
어떤 현자같은 친구에게 배웠던 방법이다.
이미 인생을 통달한 것 같았던 데미안 같았던 친구는 나에게 이야기했다
"잘 모르겠을땐, 역지사지로 생각해봐. 그러면 보통 알게되곤 하더라"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대할까
철저히 '무관심'해진다
우리가 권태기일까? 저 사람이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게 맞아?하고 고민할때는
보통 상대방이 나에게 무관심 할 때였을 것이다

주인공과 클로이는 비난하고 다투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결국 우리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어떻게보면 당연하다,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 간에 닮은 부분이 하나라도 있는것이 신기한 것이고
좋아하는 음식, 음악 하나라도 있다면 그게 인연인 증거가 되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이 사람을 내 연인으로 삼겠다 결심한 순간부터
상대의 1 - 100까지 나의 맞춤형 로봇으로 개조하려고 한다
사랑의 이유가 원래 나의 이상향으로 꽉 채운 로봇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던가

우리는 완벽한 한 쌍이라고 믿어 의심치않던 시작은
어쩌면 더 좋은 짝이 따로 있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둘이 헤어지게되는 이유는 독자 입장에서 굉장히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왜냐하면, 둘의 끈끈함이 고작 이런 이유로 깨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철학적이거나 인생의 깊은 고민으로 헤어지게 될 줄 알았다.
어떻게보면 그런 사소한 일들로 다시는 못보게 되는게 연인같아서
서글퍼지는 소설이었다.

주인공이 클로이와 헤어지고 내면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부분이 인상깊은데
좋은 사랑은 사람을 인자하게 만들고, 힘든 사랑은 사람을 크게 성장시킨다고 한다는 말처럼
주인공은 클로이를 잃은 대신에 한 단계 성장한다
내가 이별했던 시점에 이 책을 읽었으면, 다 읽고 펑펑 울지 않았을까 싶은 이야기였다
연애 공백기가 좀 있는 상태에서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한 철학 유튜버가 사랑에 관한 소설을 딱 한 권만 추천한다면
꼭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서였는데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여행을 많이 다니는 요즘 여행길에 들고다니면서 읽기에도 좋아서
너무 재밌게 읽은 책이라서 이렇게 추천하게 되었다.



일단 한쪽이 관심을 잃기 시작하면, 다른 한쪽에서 그 과정을 막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에 대한 응답을 강요하려고 여러 가지 꾀를 부리기도 하고,
그 앞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일이 쓸모없다고해서 반드시 그 일을 안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꼭 누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말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하는 말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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