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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찰나의 이야기 - 이지혜 에세이집 : 찰나刹那

by 또떠나 leavAgain 2023.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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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이야기
저자 | 이지혜



이 책은 흑백으로 인쇄된 독립출판 서적이다.
작가가 경험했던 소소한 경험들과 느낌으로 편안하게 써내려가는 에세이

친구들과 종로의 전시회를 관람하고
북촌의 어느 골목길로 들어갔다 알게된 독립서점이 있는데
퇴근하고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던 날
멀리는 못가고 혼자 이 독립서점에 들어가 표지가 예뻐서 집어들었던 책이었다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는데
1. 추천을 받거나
2. 책의 아무곳이나 펼쳤을 때 술술 읽히는지
3. 글의 어투가 나와 맞는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사실 위에 언급한 방법이 아니었다.
2번의 방법으로 책의 아무곳이나 펼쳤는데
그 페이지의 부제에 나의 고향 앞 동산 이름이 적혀있었던게 이유다

'금오름을 내려오며'
나는 제주도의 한 목장 앞에서 자랐다
집 앞으로 펼쳐진 숲 길을 걷고 또 걷다보면 금오름이 나오는데
지금은 커다란 분화구의 흔적만 남아있지만
내가 어릴때에는 분화구에 물이 가득 차 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출처 : https://kr.trip.com/moments/detail/jeju-1446512-12562056/

커다란 호수 앞에는 천주교를 의미하는 예수님의 동상이 있었고
나의 부모님은 두 분다 천주교 성자이시자
이 곳의 한 성당에서 결혼하셨다


평지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을 400m쯤 오르자 광활하고 아름다운 금오름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지는 노을 밑으로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 행복해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이 풍경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아마 난 이 풍경 때문에 그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원의 맹세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금오름은 아름다웠다.



당연하겠지만 어떠한 계기에 이끌려 갖게 된 물건은 특히나 더 애착이 가는데
이제는 아득해진 고향의 흔적을 우연히 책의 제목에서 발견하니 안 읽어볼수가 없었다

내가 갖고 있는 책들이 대부분 에세이나 독립출판 서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젠가 책을 쓴다면 이런 말투로 쓰지 않을까 싶은 읽기 편안한 분위기와
남의 인생과 나의 인생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옅볼 수 있다는 점


실패할수록 성공 확률이 평균 약 14%씩 높아진다고 한다.
인류 역사와 통계에 따르면 사람은 평균 8번째 시도에 성공하는 결괏값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덟 번의 이직을 겪지 않고서 원하는 결괏값을 얻었으니 나는 꽤 운이 좋았나 보다.
그리고 결국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재밌고 보람까지 얻는 궤도에 올라왔다.

소위 말해서 '존버'가 승리한 것이다.


이 책의 챕터중에 '화장실 청소'라는 부분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화장실 청소를 묘사하는 것부터, 화장실 청소와 우리의 인생이 닮아있다는 내용이.. 한마디로 웃긴데 슬프다

글과 말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게
멋들어지게 포장하려고 하면 할수록 알아듣기 어렵고 지루해진다
필터를 덜 걸칠수록 글이 더 맛깔스러워 진다고 해야할까
그 사람의 색깔이 보이려면 되도록 필터는 최소한으로 거쳐서 뱉어져야 하는게 말과 글인 것 같다.


시간이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지나가 - 박소은

이 책의 흐름은
'나 - 가족 - 사랑 - 이별' 순으로 흘러가는데
나는 특히 사랑이 좋았다

예전에는 사랑 = 연애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즐겁고 짜릿하고 흥미롭고

그런데 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나는 이런 글들을 읽으면 참 애틋해진다
둘 만 아는 이야기라서 그런가
나와 같은 시선으로 사랑을 써내려가는 글을 볼 때면
반가우면서 위로받는 기분에
옛 추억에 사로잡히곤 한다.

자주 펼치게 되는 책이 있다.
그 책으로부터 위안을 받았을 때 보통 그렇게되는데
이 책이 그런 유형이다
외롭고, 힘들고, 생각날 때 은연중에 찾게되는 그런 책이다

혼자서 카페에 가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날
외출하려고 집어든 가방에 얼른 숨기듯 챙겨나가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의 키워드>
🏷 경험, 희망, 자아성찰, 위로, 청춘, 가족, 힘, 사랑,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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