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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구의 증명 - 최진영 |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by 또떠나 leavAgain 202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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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 최진영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람과 하는 대화를 좋아하지만,
현실적인 주제보단 살아 온 인생이 듣고싶고
책도 에세이처럼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 소설은 ‘허구'라는 생각이 드는순간 흥미가 떨어진다.

그런 내가 '구의 증명'은 앉은 자리에서 3시간만에 해치운 소설이다.

구의 증명을 구매하게 된 계기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이었다.
나는 자기 전 갖고싶은 옷이나 물건들을 찜목록에 넣다가 잠드는 버릇이 있는데.. 최근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찜하기에 빠져있다.

최근에는 책을 담기 시작했는데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책종류는 베스트셀러나 선물하기 좋은 에세이만 한정적으로 업로드된다. 그래서 본의아니게 몰랐던 필독서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구의 증명'은 무려 2,106명이 읽고싶은 책이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렇게 찜이 많은거지 하고 책소개를 읽어봤는데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사랑이야기 인 것 같은데
상대가 죽으면 잡아먹겠다는 문장이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맨틱하게 들렸다.
그렇게 위시리스트에 담아놓고만 있다가
일상 생활중에 문득 저 문장이 떠오를때가 꽤 있었다.

너무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저런 문장이 나오는거지?
사랑하는 연인은 왜 죽었을까?
그래서, 진짜 먹는다는 소린가? 상징적인 의미겠지?

그렇게 언젠가 눈앞에 보이면 꼭 구매해서 읽어봐야지 했던 '구의 증명'을 동네에 있는 작은 헌 책방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구의 증명?
책 제목을 보고 어디서 많이 본 제목인데.. 하고 뒤집어 보고서야 기억났고 책 상태도 좋아서 얼른 집어왔다

세상에 7,500원이라니 바로 구매해왔다.

사실 구의 증명을 구매하기 전에
너무 궁금해서 책리뷰를 살짝 찾아봤는데
"내용히 굉장히 충격적이다"
"책을 다 읽고나면 우울해 질 수 있으니 유의해라" 라는 후기를 읽은터라 새드엔딩인가.. 대반전이 있나..
연차를 낸 저녁에야 커피를 내려놓고
책을 펼칠 수 있었다.

책은 '구'라는 남자와 '담'이라는 여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회상 혹은 그들의 생각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몇 장 넘기자마자 남자주인공은 벌써 죽은듯했다.
마치 총맞은 남자주인공을 1편에 등장시키고
마지막화까지 보게만드는 드라마같았다.
그러다가는 곧, 구와 담의 첫만남부터 끝만남까지를 써내려간다.

담은 첫 장부터
계속해서 자신은 오래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소설을 읽기 힘들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소설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이 책에서는 예외일 수 있었던 이유가 따로있다.

이 책의 진행방식은 특이하다.
담이 두장 이야기하면, 그 다음 세장은 구가 이야기한다. 그러고 담이 회상하다가, 구가 그에 대답한다.

초반에 담의 이야기만 들으면서 구의 입장이 궁금했다.
구는 초반에 죽어버린듯 했기에..
담의 입장에서만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구가 말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구의 말이 더 좋았다.
따뜻했고 인간적이었기 때문에

‘담’은 ‘구’를 사랑한다기 보다는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담' 스스로도 그렇게 표현하는데 '사랑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담’은 ‘구’를 아끼는 사람이다.
‘담’이 '구'를 아끼는만큼 책표지를 덮었을 때
독자인 나도 '구'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이 부분에서 한참 머물렀던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느낄때는 그런게 맞는것같다. 누가 그러라고 시킨것도 아닌데 마냥 기다린다.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는다고 답이 오는것도 아닌데 손에 꼭쥐고 대화창을 들어갔다 나왔다 안절부절 하고있다.

연인을 보내고 남들이 들으면 이해하지 못할만큼 긴 시간을 혼자서 끝없이 기다린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억울하고 아쉬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것도 사랑한거였구나

요즘 많이 느끼는 감정이다
부모님이 짓던 표정, 힘든일을 하고 돌아온 전 연인들의 한숨
그때는 알지못했지만 요즘은 느끼고있는 그런 공허함과 두려움

소설속의 '구'와 '담'은 드라마 속 연인처럼 로맨틱하다가도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둘의 사랑이 너무 견고하고 단단해서 읽으면서 참 부럽다고 생각했고
나는 담이가 될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소설속 어른들이 되어가는 중이 아닐까

사랑할 때 유치해도 되고, 솔직해도 되고, 의지해도 된다는 메세지가 담겨있는 듯 하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유치한 순간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별 것이구나 느끼게 해주는 소설

'구'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담'이고
'담'이 버틸 수 있는 힘이 '구'이듯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각자의 어려움을 이겨낸다.

다 읽고나니 충격적인 내용이라는게 뭘 얘기하는지 알 겠는데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작가가 현실적으로 사랑을 표현했다고 느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연인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것이고

결국, 너가 먼저 죽었을 때 나는 너를 먹을꺼라는 말은
너가 먼저 떠나더라도 너를 한 순간도 남김없이 기억하겠다는 말이 아닐까

그저 달콤하고 예쁜말로 꾸며진 사랑 얘기보다 현실속에서 지켜내는 사랑이어서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읽고싶은 책이다.

+ 여담이지만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이 소설을 모티브로 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드라마 구씨와 소설속의 구는 닮아있다. 그래서인가 2015년에 출간된 구의 증명이 2022년 나의해방일지 방영과 동시에 역주행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드라마를 재밌게 보셨다면 대입해서 봐도 충분히 비슷하다고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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