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Light Pink Flying Butterfly 나의 독립이야기 - 1. 나 다음달부터 자취할거야 :: 놀면서 돈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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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립이야기 - 1. 나 다음달부터 자취할거야

by 왓츠뉴 whatsnew 202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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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나는 독립을 선언했다
 
나에게는 남몰래 품고 살아가는 몇 가지 신념이 있다.
그 신념들은 나이에 따라 다르게 세워지곤 했는데, 그것들은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힘이라서
누군가가 그 신념을 깨뜨리거나 나 스스로 그 신념을 져버리는 행동을 했을때는
마치 내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20대 초반부터 한 번도 져버린적 없었던 신념이 하나있었다
 
그것은 바로  '돈'에 관련된 것이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지 않는 것이었다
이것은 친구, 가족, 애인, 은행 어떤곳에도 해당되지 않았고
다른곳에선 한 없이 너그러웠던 나는 돈 거래에서 만큼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같이 분할하기로 한 비용은, 상대방이든 나든 하루를 넘기지 않고 입금해야했고,
아무리 힘든 상황에도 학자금 이외에 대출에는 손을대지 않았으며,
장기연애를 했던 애인이 카드값이 연체돼 한 달만 돈을 빌려가는 행동에
돈을 빌려주고, 곧 바로 긴 연애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지켜낸 신념이어서 그랬던가
어느새 돈 거래는 내 인생에 없다는 신념은 인생의 큰 기둥이 되었고
 
두번째 직장을 다니고있는 지금
소중한 사람이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나는 거절했고, 그 사람은 다시 부탁했고
돌려서 거절하자, 더 강한 어투로 부탁했다
이번에는 도저히 거절하기 힘들었던 나는 처음으로 나의 신념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신념이었고, 그 사람의 눈앞에 닥친 현실만 못했다
 
다시 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던 나는 요즘 생각없이 돈을 펑펑 쓰던 중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걱정할만큼 벌은 그대로 다 소비했고
어떤 달은 벌은것보다 더 소비해서
신용카드가 나에게 제발 멈추라고 호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근 1년 나에게 모아놓은 돈은 한 푼도 없었고 그 사람에게 빌려줄 돈도 없었다
그 사람은 은행에서 빌려서라도 한 달만 돈을 빌려주길 요구했고
바로 다음달에 꼭 갚겠다고 이야기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돈 때문에 떠나보냈던 그 순간들이 떠올랐다

끔찍했다.


나는 또 야속한 사람이었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수를 두었다
 
"이건 내 인생의 기둥이야.
이 신념을 내가 무너뜨리고 돈을 빌려준다면 1달 후에 갚든, 바로 다음날에 돌려주든 내 신념은 깨지는거야"
.
.
.
이번에는 도저히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 결국 나는 카드론을 받았다.

당장 업무중에도 수십통 걸려오는 대출전화와
불편해진 안색, 하루에도 몇 잔씩 사먹었던 커피를 못마시는것
회사 앞에서 비싼 점심밥대신 도시락을 시켜먹는것
 
그 사소한 모든것들이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나의 자존감을 무너지게 했고

도저히 무너진 두 다리로 일어설 수 없었던 나는
나도모르게 은행 앱에 접속해 자꾸만 또 다른 대출을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면 나도 쉽게 돈을 빌리게 될 것이라는 것
그런 수단들을 애써 무시해봤지만 결국은 내 신념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알고있던 친한 친구는 무너진 내 목소리를 듣고
당장 부족한 생활비를 몇 달이라도 보태주겠다고 얘기했지만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빨리 새로운 기둥을 세워야 한다는 결심을했다

"부동산에 집 알아보러 다니고있어. 엄마, 나 다음달부터 자취할거야"
 
결심한 순간부터 두달 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부동산을 하루에 두 세곳 씩 돌며 원룸을 찾아다녔고
200만원 이라는 보증금을 들고 몸만 뉘일 수 있는 방들을 수십곳을 돌았다
 
이상하게 기분은 좋았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 같았고 집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한 단계씩 성장하는 느낌도 들었다

평소에는 알고자 하지도 않았던 것들을 직접 공부하고 부딪히며 배워보니
내가 정말 욜로였구나 싶었고
하나를 공부하고 둘을 아끼면서 준비하는 독립준비는 나를 순식간에 어른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돈을 돌려받고 통장에 표시된 잔액 12,426,000은 나를 안도하게 만들었고
한편으로는 고작 이런 숫자 8자리가 뭐라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있었나 싶기도했다

오래된 신념은 사람을 고이게 한다
오래 지켜왔기에 소중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새로운 신념을 세워가면서 드는 생각은
있다가도 없는 돈 몇 푼에 흔들리는 신념이라면 그게 좋은 신념이었을까 하는것이다

독립을 하면, 당장은 고정지출이 더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서 나는 더 아끼고 더 벌게될 것이다
나의 독립은 그저 출퇴근 거리를 가깝게 하겠다는 그런 목적이 아니라
조금 더 책임감있는 인간이 되기위한 도약같은 것이다
 


이것은 저의 독립일기 입니다.
주변의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들이라
생생하고 때로는 민감하게 들릴 수 있는 내용이지만
말 그대로 저의 독립과정을 그린 날 것의 이야기를 기록해보고 싶었습니다.
 
현재는 집을 계약하고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중요한 성장기라고 느껴지는 요즘
첫 독립을 준비하면서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는지
그걸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나가고 있는지 기록도하고
 
독립을 준비하는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되는 내용이 있다면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도 될 수 있을것 같아서
기록을 결심했습니다.
 
저처럼 무섭고 어려운 과정에 놓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되고
동기부여가 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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