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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이야, 여전히 열심히 사는 너에게

by 또떠나 leavAgain 2023.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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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가장 힘을 얻는 장소는 '회사'이다.

2년 전, 첫 직장을 다닐때만 해도 꿈과 희망을 모두 빼앗긴 장소가 '회사'라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회사에 가지않는 주말이 되면, 어딜가야 회사만큼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로 나는 지금 회사가 마음에 든다.

회사만큼 인생을 배우기 좋은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마을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집단의 모습은, 마치 난파하는 배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믿고 의지하는 선원들의 모습같기도 하다.
회사에 입사하니 인품 좋은 팀장님이 내가 일하게 될 부서의 대장님이라 했고, 나에게 일을 알려줬던 동갑내기의 동료는 무척이나 똑똑하고 본 받을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같이 일하게 된 첫 프로젝트의 동료들은 다들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고. 남의 탓보다는 내 탓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직감이 좋은 편인 나는, 곧 바로 확신했다.
'됐다. 여기다.'
이곳이라면 닻을 내리고 오랜시간 머무를 수 있겠다.

이 사람들과 일하게 된 지 1년, 나는 다시 자리를 잡았다.
전 직장에서 가스라이팅 당하며 바닥을 찍었던 나의 자존감은 동료들의 응원과 칭찬에 회복했고
스스로 나는 꽤나 괜찮은 사람이구나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는 워낙에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20살 때부터 웨딩홀, 식당, 판매직, 관리직, 호텔 지하 빨래방까지 다양한 일을 경험해왔고
뭐든지 시키면 성실하게 해내는 사람이었기에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때도, 내가 전공한 분야는 아니었지만
회사 선배들이 알려주는 기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랬기에 '열심히 하고있어?'라는 질문을 받을때면, 1초의 고민도 없이 '응'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만큼 자부심있는 삶을 살고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피곤하다는 이유로, 변명하기 귀찮다는 의미로 그냥 수용하게 되었던 것 같다.
"너 이거 제대로 안 했잖아."
"인성이 덜 됐어 너는"
"이런것도 못 버텨서 도대체 뭘 하려고 그래"
"너의 그런 점은 참 이상해"

나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짓껄이는 헛소리가
듣고만 있다보니 어느순간 진실이 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흐렸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님에도 그런 사람이 되어버리는 순간들이 쌓여서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있었다.

칭찬과 안부가 고팠던 것 같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냉혹한 평가도 좋지만
잘하고 있다는 칭찬과, 오늘 하루는 어땠냐는 안부를 듣고싶었고
1년만에 지금의 회사동료들에게 그런 관심을 받았을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고민하다.. 아무 대답도 못하고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나, 지금 회사의 동료들은 그런 나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다음날 똑같이 친절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 친절과 관심이 쌓여, 이제는 내가 먼저 조잘조잘 동료에게 나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나를 아끼고 존중해주는 사람들과의 하루가 쌓일수록
사는게 좋아졌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주말에는 뭐했어요?"
"오늘은 기운이 없어보여요, 무슨일있어요?"
"예쁘게 입었네요! 어디가세요?"
"이번에 하고계시는 프로젝트는 어떤거에요?"
"요즘 일은 괜찮으세요?"

어디가서 돈주고도 받을 수 없는게 이런것들이지 않을까?
정말 안 좋은 일이 있는 날이어도 저런 질문을 받을때면 이상하게 괜찮아지는 기분이든다
이렇게 나를 좋아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해도
어쩔 수 없이 힘든 일이 더 많은게 인생인데, 하물며 주변 사람들까지 나를 하찮게 본다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었을까

어딜가도 잘 웃고 허허거리는 사람이다 보니
조금만 친해져도 무례한 말을 늘어놓고 부탁하지도 않은 조언을 늘어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말들을 듣고있다보면, 꾸역꾸역 귀로 들어서 삼키느라 정작 내 목소리는 듣지 못한다

자존감이 떨어질때면 유튜브에 '자존감 올리는 법!',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법' 같은 영상을 찾아봤지만
그런것들을 수십개씩 보고온다 한 들 스스로가 자기확신이 부족하면 또다시 다른 사람의 한마디에 쓸모없고 무능력한 사람이 되어버리고만다

이제는 유튜브에 자존감 올리는 법 따위의 영상은 검색하지 않는다.
대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곁에 둔다.
당연하겠지만 열심히 사는 '척'하는 사람들말고, 진짜 하루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자기 삶을 열심히 사느라 나한테 잔소리 할 시간내기 따위는 부족할 뿐더러, 열심히 사는 사람은 남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 회사 동료들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처음보았다.
다들 한 가지 이상의 운동을 취미로 갖고있고, 아침에 수영이나 헬스를하고 회사에 출근한다.
업무가 없는 쉬는시간이면 공부를 하고, 퇴근후나 주말에는 또다시 운동이나 독서 여행을하며 삶을 채워나간다.
부장님들의 경우에는 주말이되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캠핑을 갔다오시는 분들이 많다.
다들 회사말고도 중요한것이 많다는게 느껴진다.
점심 시간이 되면 또다시 짬을내어 헬스장에 가거나, 커피를 마시며 각자의 요즘을 이야기하고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이전 직장에 다닐때 점심시간이 되면, 동료들은 나를 앉혀놓고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주식에는 관심도 없었던 나는 입사 중반쯤 왜 투자해야 되는지도 모르는 회사들의 주식에 200만원 가량을 넣어놓고
동료들을 따라 점심시간이면 주식어플을 들여다보는게 생활이 되어있었다.
부장님들은 주말이되면 골프장에 모였고 업무의 연장선처럼 대리급들의 직원들을 불러서 자신의 골프스킬에 대해 늘어놓았다
내가 언젠가 해보고싶은 개발자로서의 업무를 이야기할때면 혹여나 다른 회사로 달아날까 말도못하게 훈수를 두던 팀장이 떠오른다

우리 회사 사람들을 볼때면 인품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느낀다.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 할까?
하지만 단 한번도 그 사람들의 입에서 '나처럼', '나는말이야'같은 단어를 들은적이 없다
내가 칭찬을 할 때면 어깨를 으쓱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어깨를 내리며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었고
배우고싶은게 있다고 이야기할때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판교에서 개발자로 일하고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사실 이런 이유 따위는 아니었다.
화려한 건물들과 판교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갖고싶었던 허세였고
그저 출퇴근길에 판교에서 걸으면 멋있을 것 같다는 이유였지만
그 안에서 나는 인생을 배우고있는 중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곁에서 1년째,

나는 요즘 보여지기 위함이 아닌 내가 만들고싶은 몸을 만들기위해 운동한다.
먹고싶은 음식들을 건강하게 매끼 챙겨먹으며 주5회 헬스장에 가서 안해봤던 운동들에 도전한다.
바디프로필 예쁜옷걸이가 아닌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만들고싶다.

개발자로서 다양한 업무기회가 주어지면서 자신감이 붙은 나는
포기했던 자격증 시험도 다시 준비하고 명확한 개발자로서의 목표를 잡기 시작했다
요즘은 API와 DBA 분야로 방향을 잡고 공부해보고 있다.
지금 맡은 업무이기도하고, DB query 업무를 많이 맡아보니 재밌기도하고 튜닝까지 가능할 수 있도록
DBA 자격증을 준비해볼까 생각중이다(회사업무와 병행했을때 가볍게 도전해보기 좋은 분야의 자격증이라고 생각한다)

포기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7살부터 동화작가가 꿈이었던 나는 '로알드 달'을 참 좋아했다.
찰리와 초콜렛 공장을 집필한 작가인데, 자신의 두 딸과 떨어져 기러기아빠로 살면서
두 아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사람의 동화를 읽으면서 나는 밝은 세상을 꿈꿨고
학창시절부터 버스에 앉아 이어폰을 위에 꽂을때면 이상하리만큼 눈앞에 영화 한 편씩이 펼쳐지는게
언젠간 꼭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렵게 다시 다짐했던 글쓰기는 1년만에 부끄럽다는 이유로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내가 글쓰기는 무슨, 취직이나 하자 포기하게 됬지만
부지런히 사는 동료들을 보며 이렇게 블로그라는 곳에서 다시 도전하게 되었다

이전이었다면 운동도 자격증도 글쓰기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비밀이었을 것이다.
시작했기에, 완벽하게 성공해내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부끄럽다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더디지만 내가 조금씩 근육을 붙이고 있다는 사실도,
요즘 어떤 업무에 관심이 생기고 있는지도,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사실도 회사동료들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면 그들은 또다시 말한다. '좋은데요? 잘 될꺼에요!!'
그러면 이상하게 정말 잘 된다. 내가 나 자신을 아끼기 시작하게 되니까
글쓰는것도 부끄럽지않고, 몸이 좀 더디게 만들어져도 열심히 헬스장에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하다.

과정이기에 당연히 잘 할수만은 없는게 삶인데도 우리는 왜 항상 부끄럽고 비난받아야 했을까
좋은 사람들 곁에서 좋은 생각만 하게되는 요즘이다.
표지판도 안보고 달리기만 했던 나는, 29이 되어서야 삶에 중요한게 무엇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서
이제는 남들이 하는 말보다는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진짜 하고싶은게 뭔지, 뭘 원하는건지, 어떤 선택을해야 스스로 후회하지 않을지
모든걸 내가 결정하고 남들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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