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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이야, 서정적이시네요

by 또떠나 leavAgain 2023.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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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회사에서 워크샵에 다녀왔다.
출근 8시부터 퇴근 5시까지 하루 8시간만 함께했던 사이였는데
하루종일을 함께하게 된 특별한 날이었다
친한 회사 동료는 하루를 함께 보낸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ㅇㅇ씨 생각보다 서정적인 사람이었네"

서정적이다

'감정와 사람들의 정서에 푹 젖어가는 것'
'주관적인 감정이나 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것'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생각을 정말 많이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많은 생각중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하지않는다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지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쉼 없이도 말할 수 있겠지만
어떤 사람인지 정의해보라고 한다면, 내가 다른 이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알 수 없기에
굳이 정의하려고 하지 않는데

서정적인 사람이다.
태어나서 처음들어보는 말이기도 했고,
사람을 표현할 때 자주쓰는 단어도 아니기에
순간 말이 팍 꽂혀버렸다

아마 동료가 그렇게 말했던 이유는
내가 그날따라 더욱 감정적인 상태였기 때문인 것 같다
회사에서는 되도록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편인데
그날따라 나는 예쁜 화단이 이루어진 펜션 앞에서 바베큐를 기다리고 있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랜만에 업무도 잊은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을 보고있었다

특히 해가 완전히 지기 직전에 하늘은 벅차오를 정도로 하늘이 참 예뻤는데
예전 그 어느 날 제주에서 보았던 바닷가 앞에서의 분홍색 하늘과 같아서
그 날과 견 줄 정도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참 행복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의 말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같은 타입들은 알겠지만
앞으로 나라는 사람에게 '서정적'이라는 단어는 참 행복하게 들리는 단어가 될 것이고
서정적이라는 단어를 들을때면 이 때와 동료들을 떠올리겠지

나는 사실 생각이 많고 감성적인 나의 특성을 썩 좋아하지 않아서
생각이 많아질때면, 생각을 줄이려고 머릿속을 억지로 비우고
감정이 올라올때면 이성적이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감정이 이렇게 넘쳐흐를때면
어떻게든 행복한 순간들을 남기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거나 펜을 들어서 기록하려고 한다

더 소중한 순간들도 분명 많았는데
놓쳐버린 순간들이 너무 많아서 아쉽고
머릿속에서 잊혀지는 순간이 올때면 안타까워서 사진첩을 뒤적거리거나
혹시 어디에 흔적이 있지는 않을까 한참을 눈을 감고 그때로 돌아가보려 한다

서정적인 사람이라서 좋은점은 모든 순간이 미치도록 아름답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그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는
죽을만큼 고통스럽고 외로워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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